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 pm 8:00 / 5열 3번
손숙, 서주희

원래 이렇게 바로 볼 생각은 아니였는데, 서비스교육 받으러 간 김에 공연 보고 가라고 하셔서
시은언니와 함께 뭘 볼까 고민하다가 잘자요,엄마 를 관람했다.
언니는 손숙 선생님껄 봐서 나문희 선생님이 하시는 걸 보고 싶다고 하셔서 다른 공연 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난 실은 잘자요,엄마가 제일 궁금했기 때문에ㅎㅎ 그냥 잘자요 엄마를 보기로 했다.

나는 전에 대본을 먼저 받아봐서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중반부에는 약간 지루했어.
어떤 대화를 할지 뻔히 다 아니까ㅎㅎ그리고 대본을 봤을때는 눈물이 흐를정도로 슬프다기 보다는 가슴이 텅 빈 것처럼 허하고 쓸쓸한 느낌만 들었었는데 직접 극을 보니까 눈물이 흐를정도로 슬픈 내용이더라구. 그래서 감정변화, 감정표현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절실히 느꼈어.

-무대 세트는 정말 아기자기하고 평범한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 들었고, 그 반면에 주위 벽 과 가운데 문은 새까맣게 했더라구. 그래서 집안의 공간이 더욱 강조되는 것 같기도 했고 죽음, 단절 을 보여주는 듯 했어

-특히 무대 끝의 가운데에 위치한 문은 이 세상과의 단절이 느껴졌어. 웬지 저너머에는 이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제씨가 그 문으로 들어갈때마다 내가 다 쓸쓸하더라.

-두 모녀의 거리를 거실과 부엌이 나타내는 듯. 거실과 부엌이 각각 양쪽에 있잖아 그래서 대립되기도 하고 엄마는 주로 거실쪽에 서 있고 딸은 부엌쪽에 서서 각각 양쪽에서 거리를 두고 서로 바라 보며 얘기하는데 그 거리가 너무나 멀어보였어..두 공간이 각각 느낌도 많이 다르거등 거실쪽은 엄마의 취향처럼 아기자기하고 부엌은 그냥 단순 ,깔끔하고

-제씨는 이미 모든걸 다 해탈했어. 그래서 지친 느낌도 들고 굉장히 평화스러워 보였지.
아빠, 쎄실, 발작 얘기 할때만 감정을 표현했고 그외의 시간은 지극히 평화스러워 보였어. 그래서 더욱 안쓰럽기도 했다..얼마나 시달렸으면 저렇게 해탈의 경지까지 이르렀을까 싶어서. 이미 다 끝난 얘기구나, 너무 늦었구나 싶었어.
근데 난 한편으로는 제씨가 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게, 제씨는 엄마의 가치관과 틀안에 박혀있지 않고 벗어나려고 하고 자기의 생각을 하잖아. 난 엄마는 내 엄마니까 그냥 엄마의 뜻대로 하고 내 생각이 틀렸고 엄마의 가치관이 맞는거구나 수긍만 하거든. 내가 제씨였으면 아마 자살이고 뭐고도 생각못하고 평생 엄마의 틀안에 박혀서 살다가 죽었을거야. 그래서 모든것에서 벗어나려는 '방법'을 찾아서 행동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보였어.

-엄마는 처음에 딸이 자살한다는 소릴 듣고 한참후까지도 감정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았어. 그니까 자살한다는 소릴 듣기 전과 똑같은거야. 그래서 난 손숙 선생님이 연기를 잘 못하시는건가..했지? 근데 중반부로 가면서 부터 화내다가 누그러지다가 설득하다가 마구 슬퍼하다가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연기를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전에는 자살한다는 소릴 듣고 한참후까지도 딸의 자살 얘기를 다 믿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계속 얼떨떨한 상태였기때문에 감정변화가 별로 없었던 거구나 깨달았어. 델마는 참 부산스럽고 애 같은 느낌도 들었고 뭐든지 철저히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역시 엄마는 엄마더라. 딸의 자살얘길 듣고 후반부에 그렇게 매달리고 우는 모습을 보니 정말 슬펐다. 이제 딸이 왜 자살하려고 하는지 딸을 이해 해버렸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울고 슬퍼하는 듯 했어(엄마가)

-제씨와 델마가 마음이 조금이라도 통하고 가까워지면 둘의 실제 거리도 가까워지고 분위기도 화기애애 하더라구. 관객분위기까지도 화기애애하고 웃음도 터지고 그래. 그래서 처음에는 둘이 잘 쳐다보지도 않고 거리도 떨어져 있었거등. 그러다가 부엌으로 와서 둘이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할때는 가까이 앉아서 친해보이다가도 또 각각 거실과 부엌에 서서 대립하는 느낌이 들다가(이때는 서로 바라보기라도 하지)마지막으로 갈수록 서로 이해하고 깨닫게 되는거지. 이런 감정변화의 흐름도 정말 중요하구나~했어. 그냥 단순히 화났다가 슬펐다가 풀렸다가 하는게 아니고 정말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마지막으로 가면서 점점 이해하고 깨닫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 조금이라도 일찍 서로 대화해보려고 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지금의 상태까지는 오지 않았을텐데(무슨일이 일어나도 그냥 자기식대로만 생각했지, 상대방의 의견이나 이유를 물어보고 이해하려고 하질 않았잖아)지금 이해하고 깨달아봤자 너무 늦은거지..

-네 곁에는 평생 이 애미가 있었는데, 너는 그토록 혼자였다는걸 몰랐어.
난 니가 내껀줄 알았어

-잘자요,엄마
 이 말만 들으면 울컥한다..가혹한 제씨ㅠㅠ

-무대의, 관객에게 보이는 곳에 붙어서 우리의 현재시간과 함께 움직이는 시계는 무슨 의미일까?

-왜 제목이 잘자요 엄마일까 했는데 작별인사였구나..어둠으로 사라지는 제씨

-마지막에 멍하니 티비를 보며 평상시로 돌아가려고 하는 엄마

-'소통' 하나때문에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까지 닥칠 수 도 있구나.
우리가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소통은 정말 제일 중요한 문제. 가볍게 지나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소통하면서 살자.



마지막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었는데 너무 크게 터진 총소리땜에 깜짝 놀래서 눈물이 쏙 들어가버렸다.
솔직히 그건 총소리가 아니라 뻥이요~뻥튀기 만드는 소리잖아=_=; 다른 사람들도 다들 완전 깜짝 놀래드라~
나중에 다시 볼때도 똑같은 곳에서 또 깜짝놀랠거 같은 예감이ㅋㅋ
그리고 공연시작전에 좌석에 앉아있는데 탤런트 김태우?씨가 오셔서 우리 바로 앞좌석에 앉으시더라. 다들 아는데 모르는척 하는건지 정말 모르는건지;ㅁ; 안경땜에 그런가, 샤프하시기도 하고~어쨌든 괜히 반가웠다ㅎㅎ

보고 나니까 나문희 선생님이 하시는 것도 한번 보고싶은데~나중에 봐야지+_+ 부모님 모시고?


Posted by hey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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