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b구역 4열 10번 / 19:00 / 김무열, 조정석

한창 한국에서 공연한다며 화제가 됐을 당시만해도 별로 관심없던 뮤지컬이였다.
넘버가 그렇게 좋다는 칭찬을 한바가지 들어도 이상하게 별 흥미가 없었는데 너무 심심해서 우연히 플레이디비 동영상란에 들어갔다가 한국 제작발표회때 부른 totally fucked를 보고 강한 락 st의 넘버에 관심이 가서 ost를 찾아보게 됐고 결국은 노래가 참 맘에들어서 보게 됐다ㅋㅋ
여러 후기에 뽀리츠의 칭찬이 한가득 써있었던 점도 낚인 요인중에 하나지만..

일단 원작 희곡은 몇개월전에 뮤지컬 사춘기 때문에 정독했기 때문에 스토리는 전부 알고 있었다.
원작에 정말 충실했던 탓인지 희곡을 보면서 느꼈던 점을 공연보면서 그대로 느낄수 있었다. 일단 시대적배경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깊숙히 와닿지 않는다는 점, 장면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게 아니라 장면 하나하나 따로 떼어져 있다는것, 물론 중학생이 낙제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들도 잘 이해되지 않고 뭐 그랬다.
희곡을 볼때도 그랬지만 마찬가지로 공연도 스토리 자체는 그다지 와닿지 않고 큰 흥미는 없었다. 내가 반한건 새삼스럽지만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이라는 것 그 자체였다.
일단 겉으로 발산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끓어오르는 것을 표현한 연출이나 굉장히 강한 원색 조명의 효과, 관객을 과감하게 무대위로 올려버리고, 배우들이 무대뒤로 퇴장하는 일은 거의 없고 계속해서 무대 귀퉁이나 관객이 있는 무대석에 앉아서 계속 지켜보는 점도 흥미로웠다. 귀에 쉽게 들어오는 락st의 노래들도 굉장히 좋았고, 무대위에 올라와 있는 밴드를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지휘자도 왠지 신기했다. 사실 밴드가 무대위로 올라와있는 경우면 아예 지휘자가 없거나 아니면 무대위에 밴드가 숨을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서 잘 안보이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는데(뮤지컬) 무대위에서 그렇게 대놓고 지휘하는 모습은 처음봤기 때문에 뭔가 신기했다. 또 마이크를 거의 안보이게 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마이크를 쓰는 경우는 봤어도 노래할때만 속에서 핸드마이크를 꺼내서 노래하는 모습은 또 처음봤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그리고 좀 놀라웠던 점은 몇십년전에 쓰여진 극인데 지금 공연해도 꽤 파격적인 내용이라는 것이였다
중학생들이 성적문제로 자살을 하고 자위하는 모습이나 동성애 장면이 적나라하게 나오고 관계를 가지는 장면이나 임신을 해서 낙태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이 한꺼번에 나오는 극이라니. 옛날에 막 쓰여졌을 당시에는 얼마나 센세이션이 일어났을지 눈에 선했다.

어쨌든 지금의 관객들은 무대위에서 평쳐지는 극이라는 약속하에 웬만한 내용은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말이다;_;

그리고 또 관심이 갔던건 예술극이라면 몰라도 뮤지컬이라는 무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상하의를 탈의한 채 베드씬이 나올수 있다는 점이였지만 놀라웠던건 진짜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다는것;ㅅ;

아무래도 여기서 이건 좀 그래. 저건 좀 그래. 딱 한계를 만들었던 것들이 사실은 극에 필요하고 딱 맞는것이라면 뭐든지 허용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범법행위는 제외하고)
-물론 노출 자체를 얘기 하는 것만이 아니고 정해진 형식을 말하는것-

연출에 대해서 다시 얘기하자면,

~관객을 아예 무대위로 올려서 지켜보게 하고 배우들까지 지금 이루어지는 내용ㅇㄹ 그대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내가 무대를 지켜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듬

~학생들이 막 욕을 하고 반항하는 장면은 지금 연기하고 있었던 상황을 그대로 멈춰라~해둔채(어른들만 그대로 멈춘채) 학생들만 마구 날뛴다는것. 가슴속에 숨겨둔 마이크를 밖으로 꺼내서 노래하는 것. 날뛰는 모습이 다 끝나면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원래 상황으로 돌아와서 계속 진행되는..
대놓고 표출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끓어오르는 ㅅ모습이 정말 잘 표현된것 같고 간접적으로나마 학생들이 마구 날뛰면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는 모습이 굉장히 속시원했음.

~학생들이 다같이 발로 일정하게 박자를 맞추면서 크게 쿵쿵 울려댄다든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마구 움직이는 모습이 파워풀했고 생동감이 마구 느껴졌다.

~무대의 가운데에 네모의 틀의 무대가 있고 그 주위에 관객과 밴드가 들어차있다. 가운데의 네모틀이 무대위의 무대인셈?

~무대 배경전환이 아예 없고 그냥 의자나 책상만 왔다리갔다리 할 뿐이다. 조명효과가 배경전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아이 빌리브때. 네모틀 무대에 또 네모틀로 떼어져 있었는데 그 틀의 네귀퉁이에 천장(?)에서 내려온 줄을 매달아 네모틀을 들어올려서 그 위에서 씬이 펼쳐지는데 이리저리 마구 움직여대는 무대가 마치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표현 한 것 같아 인상깊었다.

~원색 조명
천장 위에 달린 단순히 조명기 역할만 하는 조명 뿐만 아니라 배경의 역할도 하는 벽면 여기저기 붙어있는 동그란 액자와 형광등처럼 생긴 길쭉한 빛을 내는 도구들까지 무대에는 온통 빛을 내는 도구들로 가득차있다. 극 내내 원색의 빛이 강하게 비췄음..
가장 빈번하게 나왔던 색은 파란빛과 주홍색 빛? 강렬함과 동시에 우울함이 많이 느껴졌고
몇몇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넘버였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으나 멜키어와 모리츠 둘이 함께 하는 넘버에서 강하게 비춰지던 노란색 조명.  don't so sadness에서 뒷 벽돌면에서 반짝이던 파란 나비. 등

~이왕에 무대세트에 대해 간단하게 적자면 가운데 무대는 아까썼고 옆 벽면에는 형광등처럼 길쭉한 등이 가로로 쭉 달려있었고 뒷면(그러니까 관객 시선에서 마주하고 있는 벽)은 천장까지 쭈욱 벽돌면으로 가득차있다. 거기에 동그랗고 네모난 액자들이 일정하지 않게 쭉 걸려있고 그 가운데에는 파란 나비 모양도 있음. 여기 사이사이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는 동그랗고 자그맣한 불빛등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달려있다.
딱딱한 벽돌이 천장까지 빽빽하게 차있어서 굉장히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음
그리고 무대의 천장에는 온통 화장실 전구 같은 것들이 줄에 매달려 내려와있다.
그리고 극의 중간에 천장에서 불빛을 내는 자그맣한 것들이 줄에 매달려 내려온다.
마지막으로 무대 맨 앞에는 계단식으로(1~2칸)되어있어 그 계단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경우도 많음

~이 공연의 주인공은 멜키어,모리츠,벤들라 3명으로 좁혀지는데 그 중에서도 멜키어가 메인임.
실은 지금의 배우가 연기하는 멜키어만 보자면 주인공치고는 매력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극중에서 공부도 잘하고 잘생겨서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다는건 설득력 있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진짜로 똑똑한게 아니라 똑똑한 척만 하는것 같이 보이며 아무리 고뇌해도 고뇌가 느껴지지 않고 사춘기의 감정이라는 것도 와닿지않고 사랑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느낄수 없다.
이말은 즉, 캐릭터가 굉장히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짓을 해도 그냥 연기를 하는 것 같고 그래서 슬퍼하고 있어도 나는 전혀 슬프지 않았다. 거기다가 왠지 이번에만 유난히 노래를 되게 못하는 것처럼 보이고 하나 건진건 몸을 굉장히 잘 이용한다는것?
안무부분에서는 꽤 돋보인다.
여튼 전혀 주인공 같지않은 주인공이였다.

벤들라는 내가 생각했던 벤들라 그대로 였다. 제작진들이 이미지캐스팅에 굉장히 충실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벤들라가 책에서 툭 튀어나온듯 했다. 정말 16세 소녀처럼 맑고 순수해 보이고 노래실력 자체는 so so지만 보이스가 굉장히 맑았고 무대에 서는건 처음이라고 하는데 별 어색함없이 연기도 꽤 괜찮았다.

그리고 모리츠. 일단 실제는 30세의 배우가 16살짜기 역할을 한다는게 좀 걸리긴 하지만 어쨌든 역과 굉장히 잘 맞았다. 캐릭터부터 이 극의 노래까지 꽤 잘 어울렸다.
모리츠가 소심하고 약간 덜떨어진? 역이라, 너무 오바해서 위화감이 느껴지면 어쩌나 했는데 역 자체가 조정석씨에게 딱 맞는 옷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보이스가 노래넘버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래서 이 분이 노래할때마다 귀가 녹아 내리는줄..ㅋ_ㅋ
모리츠라는 캐릭터가 너무 순수하기만 해서 한편으로는 아주 안쓰럽기도 했음(물론 귀엽기도 하고..)
어쨌든 마치 메인 주인공처럼 계속해서 눈길이 가는 캐릭터였고 모리츠가 죽자 갑자기 재미가 확 반감되는 느낌도 들었다.

그외에는 일세. 조금 더 자세히 설명됐다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 였을텐데 뭐 조연이기 때문에;
전체 배역들 중 일세에게만 조금 다른 분위기가 풍긴다. 다른 캐릭터와 달리 굉장히 자유로운 느낌이 나기 때문에 살짝 튀었음.
마지막으로 두 남학생 커플. 사실 극 자체가 구구절절한 설명없이 장면장면 하나씩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 큰 언급 없이 러브씬이 하나 있을 뿐이다.(생각해보니 중간중간 잘 눈에 안띄게 은근히 나오긴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에서 일부러 웃음을 유발하려는 끼가 보였고 그래서 왜 이렇게 개그씬으로만 만들었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ㅍㅍㅋㅅ해서 살짝깜놀;

~그밖에 기억에 남는 장면, 희곡과 실제공연의 차이 등...





딴 노트에다 옛~~날에 써놓고선 올린다는걸 깜빡하고 이제야 올림ㅋㅋ
왤케 말투가 오그라들까.......왜? 왜지ㅋㅋㅋㅋ아 눈아퍼ㅜㅜ


Posted by hey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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